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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이준석은 대체 어떤 정치를 하려는 것인가

정치

by 성세자생정 2021. 12. 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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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 이수정 영입건 및 소위 '윤핵관'을 둘러싼 이준석과 윤석열 캠프 양측간의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한 이준석의 잠적 및 지방행이 뜨거운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서로간에 합이 잘 안맞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준석-윤석열 양측의 아슬아슬한 관계가, 결국 사람들의 예측대로 결정적 다리를 건너려 하는 중임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후보의 코어 지지층은 윤석열의 국민의힘 입당 이전부터 이미 이준석의 도발적으로 느껴지는 언사에 감정이 상해 있었으며, 이는 유승민을 지지하는 이준석의 과거 언동이나 대선후보보다 더 돋보이려는 것으로 보이는 모습(소위 '비단주머니 드립' 으로 대표되는) 등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을 것입니다. 반면에 이준석 대표의 코어 지지층은 초반의 당대표 패싱 논란부터 시작해서, 때로는 '익명의 핵심관계자'란 이름으로 때로는 특정한 주변인의 이름으로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이준석에 대한 비하와 무시에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며 윤석열이 사라져야 할 '구태'들과 손잡고 이준석의 새정치를 매몰시키려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이러한 양측 입장의 옳고 그름을 가리려는 시도는 그다지 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태까지의 행적으로 보건대 윤석열이 그리는 큰 그림은 '민주당 코어 지지층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포괄한 빅텐트'입니다. 즉 그는 데려올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데려와서 민주당을 전방위적으로 포위하고자 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준석 개인을 특별히 대접해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이준석과의 동맹관계를 구축하려는 과정에서 그를 싫어하는 인사나 집단들이 등을 돌리게 된다면 그가 구상중인 민주당 포위망은 만들어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서민, 유재일 등 민주당에 등을 돌리거나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약해진 인물들을 포섭하려는 행동은 그의 전략상 당연한 흐름이며 아마 끝에 가서는 가능하기만 하면 정의당 등까지도 민주당 심판이라는 자신의 기치 아래 끌어모으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세대집단으로 친다면 이재명에 대한 지지세가 약한 2030 여성들 역시 물론 그의 공략대상입니다. 이수정도 그래서 데려온 거구요.

 

  반면 이준석 입장에서 보기에 윤석열의 이러한 전략은 그저 눈앞의 선거 이기는 것만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어떤 건설적 구상도 없는 잡탕전략 정도로 보일겁니다. 그가 보기에 오직 반민주라는 기치 하에 모인 왼쪽으론 이수정부터 오른쪽으론 극우 유튜브에 이르는 이 잡다한 집단을 선거 후에 모두 만족시키고 유지하여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집단으로 융합하는 것은 어떤 방법으로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심지어 선거 전까지 하나로 묶어놓는 것만도 달인의 기술이 필요한 일이며, 아마 이준석은 윤석열이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을 겁니다. 이준석에게 있어 윤석열의 방법은 별로 이기기에 좋은 방법같지도 않고, 이기고 나서는 더 큰 문제인 방식입니다.

따라서 그는 현재 존재하는 당에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외연확장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바람을 불러 일으키려고 하고 청년 남성층은 이 외연확장의 첫 목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남성의 집토끼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이것을 방해할 수 있는 이런저런 시도들은 가능한 지양하려고 하구요.

 

 

  이러한 전략상의 차이에는 물론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양자가 처한 입장의 차이도 주요한 원인입니다. 윤석열은 의정활동을 거의 거치지 않고 반문 바람에 의해 곧바로 대선후보에의 길로 나섰고, 한국 정치 전통상 한번의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공개적인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막후에서 제한된 영향력을 끼치는 것 이상의 일은 하기 어려운 입장입니다. 따라서 그에게는 대통령이 되는것, 가능한 이번에 대통령이 되는 것이 뭣보다도 중요하며 모든 전략과 관점의 초점은 거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일단 이겨야만 하는 그에게는 단기적으로 가능한 많은 아군을 끌어들이는 것이 장기적인 유지와 전략보다 우선입니다. 반면 이준석은 이번 대선이 끝나고도 오래도록 정치를 해야 하는 입장이며, 자신이 속한 당과 그 지지층을 결속력있고 강하게 만들 방법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비전과 화두 역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이러한 양자간의 입장 차이를 어느정도 이해하고, 단순한 선악 논리로서 양자를 바라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윤석열과 이준석, 현재 야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치적 비중을 가진 이 두 사람이, 과연 본인들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행할 능력을 어느 정도나 가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윤석열이 구상하는 민주당 포위 빅텐트는 만들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그런 것입니다. 이런 것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려면 말 그대로 상대방이 어떤 저관심층이 보기에도 학을 뗄만한 빌런이거나, 아니면 빅텐트 구성원들이 서로간의 사소한 차이는 잊게 만들만큼 강한 카리스마를 리더가 갖고 있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나폴레옹 3세처럼 정말 입에 꿀을 발라놓고 이 집단에는 이 말로 저 집단에는 저 말로 전부 내편으로 만들 화술이나 정치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는 일단은 어그로 끄는것을 중단하고 있고 이재명과 민주당은 자기들 딴에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우클릭을 하고 있어서, 현재로서는 포위 빅텐트의 성립에 추가적인 동력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윤석열이 카리스마와 화술 및 정치력으로 부족한 부분을 커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최근 여론조사의 추세로 봐서는 별로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문재인 패거리를 응징할 것 같은 강한 남자'이미지로 전통보수층의 충성도를 유지하면서 정책으로는 민주당에 실망한 연성 진보층과 중도층에 소구하려고 하는 듯 한데, 막상 본인이 120시간, 전두환, 최저임금 발언 등으로 이러한 소구의 효과를 스스로 깎아먹고 있습니다. 그가 구상중인 포위 빅텐트는 이수정과 이준석을 같은 텐트에 넣은 순간 벌써 파탄이 나버리고 말았으며, 결과적으로 자신이 유지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것을 만들려고 한다고밖에는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이준석의 정치에서 특징적으로 눈에 띄는 점은, 그가 정치적 채무를 지는 것을 극도로 혐오 내지는 두려워하고 있다는겁니다. 그는 누구에게도 빚을 지려 하지 않는데, 이 점은 그가 수개월간 당대표직을 수행하면서도 뭔가를 약속해서건 보장해서건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정객이 아무도 안 보인다는 점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는 심지어 '안티페미' 내지는 '반페미'로 규정되는것을 적극 거부하면서 자신의 가장 강한 지지층인 청년 남성들과도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보의 원인에는 아마 현재 가진것이 별로 없는 자신이 한번 빚을 지기 시작하면 빚에 옥죄여서 아무것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신세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고, 미래에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 비전을 펼치기 위해서는 가능한 채무관계가 없는 쪽이 나을 것이라는 계산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다면, 그는 대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새정치를 구현하겠다는걸까요? 상대를 아무도 포섭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강대강으로 상대방을 누르고 이기겠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봐온 바로는 그에겐 국민의힘의 터줏대감들을 이길 힘이 없다는것은 명백합니다. 그래서 그는 이번 대선 승리 과정에서 큰 공헌자로 자리매김해 터줏대감들이 반발할 수 없을 만큼의 영웅이 되려 하지만, 비단주머니 운운하면서 대선후보를 아래에 두고 가르치려는 듯한 모습이 모든 사람들의 눈에 좋게만 보이는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삼국지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준석이 자신의 정치적 리더였던 유승민의 안좋은 전철을 따르게 되는 것은 아닌가 불안합니다. 유승민 역시 정계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개혁보수'의 간판으로 국민들의 마음에 소구해 그것을 지렛대로 선거라는 이벤트에서 모든 것을 역전시키려 했고, 결국 실패했습니다. 이준석은 유승민이 아니기 때문에 유승민이 실패한 길로 이준석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나는 만약 의견을 전할 기회가 있다면 이준석이 'All or Nothing'의 길로 가기보다는, 천천히 세력을 다지고 현재 발디딘 곳에서부터 차근차근 성과를 거두며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유승민이 실패한 이유 중에는 자신만이 옳다는 태도와 한번의 대역전을 통한 대통령 자리 아니면 성에 안찬다는 오만함에 등을 돌린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준석은 다른 정치인들과의 거래와 협상 그리고 정치적 채무관계가 자신만을 옭아맨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러한 관계는 상대방 역시 똑같이 옭아맵니다. 거기서 누가 주도권을 쥐고 헤게모니를 행사하느냐는 이제 정치적 역량의 영역입니다. 나는 이준석이 그러한 정치의 이면의 바다에 두려움 없이 뛰어들 용기를 가져봤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정치적 빚쟁이였던 손문이 결국 광동정부를 세우고 두 중국의 국부가 되었듯이.